공시생 하루 루틴: 1년을 버티는 시간표

공시생 하루 루틴: 1년을 버티는 시간표

스터디카페 지정석에 8시 40분에 앉았습니다. 지금 11시 20분입니다.

타이머 앱은 순공 1시간 42분을 찍고 있습니다. 그사이 인강을 1.5배속으로 켜뒀고, 카톡을 세 번 확인했고, 다음 달 원서 접수 일정을 두 번 검색했고, 형광펜 색을 한 번 바꿨습니다.

게으름을 부린 순간이 없습니다. 자리를 뜨지도 않았습니다. 그런데 두 시간 40분에서 한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.

원칙: 하루를 늘리지 말고, 하루에 가장자리를 만드세요

공시 하루의 진짜 적은 게으름이 아닙니다. 무정형입니다.

학교에는 시간표가 있고 회사에는 퇴근이 있습니다. 공시생의 하루에는 아무도 출석을 안 부르고, 아무도 마감을 안 주고, 시험은 몇 달 뒤에 있습니다. 하루의 가장자리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하루가 사방으로 번집니다.

번진 하루는 길게 느껴지고 적게 남습니다. 그래서 대부분이 내리는 처방, 더 오래 앉기는 문제를 키웁니다.

순공 시간이라는 함정

순공 시간은 좋은 발명입니다. 앉아 있던 시간과 실제로 한 시간을 구분해주니까요.

그리고 두 번째 주쯤부터 목적이 됩니다.

숫자가 목적이 되면 숫자에 유리한 행동이 늡니다. 쉬운 과목을 앞에 놓고, 인강을 틀어두고, 잘 아는 단원을 한 번 더 회독하고, 어려운 판례는 내일로 미룹니다. 타이머는 전부 정직하게 셉니다. 어느 것도 시험장에서 점수를 만들지 않습니다.

순공 시간은 계기판이지 목표가 아닙니다. 계기판을 목표로 삼으면 계기판에 맞춰 운전하게 됩니다.

주말에 물어야 할 질문은 몇 시간을 찍었느냐가 아닙니다. 이번 주에 못 풀던 유형 중 지금 풀 수 있는 게 뭐냐입니다. 개수는 진짜 정보지만 결과가 아니라는 것은 몇 달 뒤에야 아프게 알게 됩니다.

뼈대: 세 덩어리 하루

시간표를 30분 단위로 짜면 10시 30분에 무너집니다. 덩어리 셋이면 무너질 자리가 셋뿐입니다.

덩어리 길이 무엇을 왜 여기에
오전 90분 × 2 가장 어려운 과목, 새 진도 머리가 가장 좋은 시간을 인강이나 정리에 주지 마세요
오후 50분 × 3 기출, 문제 풀이 점심 후 처짐에는 입력보다 출력이 버팁니다
저녁 50분 × 2 오늘 것 백지 인출 + 인강 마지막 블록은 짧고 정해져 있어야 끝납니다

덩어리 사이는 비워둡니다. 점심 1시간, 저녁 1시간, 그리고 오후 덩어리 앞뒤로 30분씩. 그 빈칸이 계획과 공상을 가릅니다. 하루가 100% 차 있는 표는 화요일 오전에 이미 거짓말이 됩니다.

하루의 끝 시각을 먼저 정하세요. 시작 시각보다 이게 중요합니다. 밤 10시에 스터디카페를 나온다고 정해두면 그날의 마지막 블록에 가장자리가 생깁니다. “될 때까지”로 두면 매일 밤 11시 40분에 앉아서 죄책감으로 30분을 더 쓰고, 다음 날 아침을 그 값으로 치릅니다.

인강은 언제 들어야 하나요?

인강은 입력이고 공부는 출력입니다. 둘을 같은 칸에 넣으면 입력이 이깁니다. 듣는 게 항상 더 편하니까요.

그래서 인강은 저녁 덩어리, 즉 머리가 가장 좋지 않은 시간대에 둡니다. 반직관적으로 들리는데, 인강은 머리가 좋아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. 머리가 좋아야 하는 건 그다음에 백지에 다시 꺼내는 쪽입니다.

한 강의를 듣고 나면 배속과 상관없이 3분을 씁니다. 강의 창을 닫고, 방금 들은 것의 뼈대를 종이에 씁니다. 못 쓰면 들은 게 아니라 튼 겁니다.

일요일 오후를 일부러 비우세요

공시생 커뮤니티에서 가장 자주 보는 무늬가 있습니다. 6주 전력질주, 그리고 열흘의 붕괴.

붕괴는 쉬어서 오는 게 아닙니다. 정하지 않은 채로 쉬어서 옵니다. 금요일에 적어둔 일요일 오후 휴식은 계획입니다. 도저히 못 하겠어서 사라진 일요일은 빠진 날이고, 월요일 아침의 죄책감이 화요일까지 갑니다.

같은 빈칸, 완전히 다른 사실입니다.

주 6일에 진짜 반나절 휴식이 낀 쪽이, 주 7일인데 그중 이틀이 연기인 쪽을 이깁니다. 산수입니다. 연기였던 이틀은 아무것도 안 남기고 대신 내 기록이 뭔가를 뜻한다는 믿음을 가져갑니다.

그리고 끊겨도 다시 시작하는 규칙을 미리 정해두세요. 하루 빠진 건 하루 빠진 겁니다. 이틀 빠진 건 예전 생활이 돌아온 겁니다.

합격률 숫자를 여기 안 적는 이유

직렬마다 다르고, 해마다 바뀌고, 어디까지를 응시자로 세느냐에 따라 또 달라집니다. 인터넷에 도는 숫자 대부분은 출처가 없거나 몇 년 전 것이거나 둘 다입니다.

그리고 그 숫자를 알아도 오늘 오전 블록에서 할 일은 하나도 안 바뀝니다.

바뀌는 숫자는 다른 쪽에 있습니다. 지난주에 틀린 유형이 몇 개였고 그중 몇 개를 이번 주에 다시 틀렸는지. 그건 직접 셀 수 있고, 그것만이 내 컷과 관계가 있습니다.

이게 루틴 문제가 아닐 때

세 주 연속으로 나빠질 때. 좋았다가 나쁜 주가 세 번 이어지면 순서는 대개 잠, 건강, 과부하입니다. 시간표는 셋 다 성실히 기록하고 하나도 못 고칩니다.

노량진 학원 일정에 하루가 끌려다닐 때. 실강 시간표가 있으면 내 덩어리를 남이 정합니다. 그럴 땐 위의 표 대신 강의 사이의 가장 긴 빈칸 하나를 찾아 거기에 어려운 과목을 넣으세요. 나머지는 일정 문제이지 규율 문제가 아닙니다.

시험 자체가 안 맞는다는 생각이 6개월째일 때. 어떤 시간표도 그 질문을 대신 답해주지 않습니다. 더 좋은 루틴은 그 질문을 더 오래 미루게 해줄 뿐입니다.

공부량이 아니라 방법이 문제일 때. 하루 12시간인데 회독만 돌고 있다면 늘려야 할 건 시간이 아니라 출력의 비중입니다.


Fomodo는 세션을 돌리고 분을 세고 히트맵을 남깁니다. 공시생이 알아둬야 할 한계가 하나 있습니다. 하루 목표는 분으로 된 숫자 하나입니다. 과목별로 쪼갤 수 없습니다. “행정법 120분, 국어 90분”으로 걸 방법이 없고, 앱은 오늘 총 240분이 채워졌는지만 압니다. 과목별 분배는 종이에 적고 사람이 지켜야 합니다.

대신 세션이 도는 동안 딴짓 앱이 가려집니다. 그리고 앱이 죽거나 폰이 재시작해도 돌아왔을 때 벽시계 기준으로 세션을 다시 세웁니다. 오전 블록 90분을 뻗은 타이머에 날려본 사람은 이게 왜 적혀 있는지 압니다.

내일 아침에 정할 건 몇 시에 앉느냐가 아닙니다. 몇 시에 일어서느냐입니다.

MT
Minh Trần

주의력의 과학과 집중 도구 만들기에 대해 씁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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